<역사21> 제1호를 내면서

Foreword

홍병진 (Hong, Byeong Jin) 역사21 집주인
인터넷에 역사 토론의 장을 마련한지 어언 3년이 흘렀습니다. 부족한 사이트에 많은 분들이 열심히 참여해주셔서 오늘까지 계속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참여하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역사를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배우는 것에 익숙해져서 재미나 즐거움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힘든 세월이 있었습니다. 근엄한 강단과 우국충정에 불타는 재야로 갈려서 자못 심각하게 난투를 벌리던 것을 목격하고 피끓는 애국질(?)에 흥분했던 적도 있었지요.

역사학이 권력이 되어 제3세계 민중과 역사를 강탈하고 제국주의 침략의 앞잡이로 봉사하며 도굴을 발굴로 미화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역사는 민족의 독립과 민족중흥의 도구였고 목적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20세기 말미에 시작한 history.21.org 사이트는 역사학을 재미의 대상으로 전락(?)시켰습니다.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는 "그냥 재미로"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근엄한 학문의 시대, 업으로 학문에 종사하는 학자들에겐 죄송하게도 우리는 역사학을 즐거움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역사21은 온라인 상에서 떠드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기발하고 발랄한 착상을 우리의 노작을 통해 오프라인에도 남김으로써 "그냥 재미로"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인쇄물이 주는 책임감도 함께 느끼며 우리가 노는 수준을 더 높여보고자 합니다.

전문학자들에게는 잡문에 이르지 않을지라도 우리 작품이 그냥 재미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감으로 이 책을 냅니다.

21세기에는 정보의 격차가 해소되고, 소비자인 일반대중도 역사학에 대해 즐겁게 한마디 할 수 있는 시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학자들의 연구 의욕과 동기유발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능하기를 바라면서...

 

2003. 5.